춘천마라톤, 동아경주마라톤, 중앙서울국제마라톤대회 등 국내 손꼽히는 메이저 대회가 하나 둘 끝나가고 2003년 계획 됐던 수많은 대회가 마무리 되고있다.
당신이 목표했던 풀코스 완주나 기록단축 등을 달성했다면 기분 좋은 한 해였겠지만 그렇지 못했다 할지라도 너무 슬퍼하지 않아도 된다. 아직도 레이스에 참가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하기 때문이다. 대회 준비를 끝내고 풀코스를 멋지게 완주했다면 이제는 완주나 좋은 기록을 위한 훈련보다는 레이스 이후의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과 내년도의 훈련 계획을 짜는 것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다.
결승선 통과부터 몸의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은 시작되어야 한다. 풀코스 완주 후의 감동으로 기분은 고조될 수 있지만 몸 상태는 오랜 레이스로 최악의 상황에 빠져 있다. 들뜬 기분에 몸 관리를 소홀히 할 경우 완주 후의 들뜬 기분은 곧바로 피로감에 휩싸여 레이스 후 우울한 기분으로 하루를 망칠 수도 있고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레이스 직후의 수분과 에너지 보충 레이스 중에는 다량의 수분이 땀으로 배출된다. 생수와 오렌지 주스, 스포츠 드링크와 같이 탈수 현상을 유발하지 않는 음료를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결승선을 통과하자마자 서둘러서 생수와 같은 음료를 마셔 수분을 보충해야 한다. 또한 레이스 후에는 체내 에너지가 고갈되어 저혈당 현상이 올 수 있으므로 에너지 보충도 함께해야 한다. 탄수화물과 단백질 비율이 4:1인 탄수화물 스낵을 음료와 함께 계속 섭취하고 벌꿀과 같이 속효성 에너지 식품 섭취로 레이스 후 저혈당증에 의한 무기력 증을 예방할 수 있다. 완주 후 30~60분 이내에 양질의 음식을 조금만 섭취해도 피로 회복에 커다란 효과가 있으며 물은 몸이 원할 때마다 계속해서 마시고 스낵 등을 저녁에도 계속해서 먹도록 한다.
결승선 통과 후에도 계속해서 움직여라 결승선을 통과하고 물을 마신 후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는 러너들을 대회장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풀코스가 아닌 10km나 하프코스의 가벼운 레이스였더라도 러닝 후 제자리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것은 다리 등의 회복을 더디게 할 수 있다.
다음날 멋지게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다며 직장 동료들에게 자신의 마라톤 무용담을 들려주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절뚝거리며 걷는 당신으로부터 그러한 무용담을 듣고 싶어하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무용담을 들려주고 싶은가! 그렇다면 결승선 통과 직후부터 계속해서 천천히 걸어주는 것이 좋다.
러닝 상태에서 보통의 상태로 몸을 되돌려 효율적으로 피로를 회복해 주는 쿨링다운을 실시하는 것이다. 레이스 직후 바로 멈추지 않고 서서히 러닝 페이스를 늦춰 주고 이어 느린 조깅이나 워킹으로 호흡을 정돈하면서 전신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
미국의 마라톤 전문가 제프 갤러웨이는 레이스 이후 힘들더라도 계속해서 걷고, 물을 마시고 음식을 먹으면서도 걷는 것을 멈추지 말 것을 충고한다. 그렇게 1.6km 정도를 걸으면 다리에 새로운 피를 공급하고 젖산 등의 노폐물을 내보내기 때문에 그냥 자리에 앉아 쉬는 것보다 다리의 회복이 빨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어느 정도 조깅과 워킹이 끝났다면 스트레칭을 실시해 준다. 3시간을 넘게 같은 자세로 계속 움직인 근육은 경직되기 마련이어서 스트레칭의 실시는 매우 중요하다. 피로해진 근육을 어루만지듯이 천천히 그리고 꼼꼼하게 스트레칭을 실시해 근육의 긴장을 풀어 주어야 한다. 쿨링다운이 끝난 후에는 재빨리 마른 옷으로 갈아입어 체온저하로 인한 컨디션 난조를 겪지 않도록 한다.
레이스 후 저녁에는 레이스 후 온탕에 몸을 담그는 것도 레이스 후 피로회복을 위해 매우 좋다.
40℃ 이상의 뜨거운 물에 10여분 정도 몸을 담그는 것이 효과적이고 사우나 후 마사지를 받는 것도 피로회복을 위해 좋다.
풀코스를 완주한 후에는 몸의 에너지는 물론 단백질과 비타민 각종 미네랄 등도 소실됨으로 당일의 저녁식사는 탄수화물과 단백질, 비타민을 많이 포함한 저녁식사를 되도록 많이 먹도록 한다. 지방은 가능한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소화가 잘되는 음식으로 꼭꼭 씹어 천천히 먹도록 한다.
저녁식사를 마쳤다면 편안히 누워 느긋하게 잠을 청하며 피로 회복에 힘쓰는 것도 좋지만 30~60분 정도 적당한 거리를 편안하게 산책하고 돌아오는 것도 피로회복에 도움이 된다. 다리에 통증을 주는 젖산을 배출시키기 위해서는 되도록 많이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
레이스 이후 1주일은 레이스 다음날도 어제 저녁과 마찬가지로 천천히 30~60분 정도 걷는 것으로 몸을 정리한다. 마라톤 완주 후 피로는 하루 이틀에 회복되는 것이 아니기에 레이스 이후 1주일은 몸의 회복을 위해 모든 트레이닝을 중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무작정 쉰다고 몸이 빨리 회복되는 것은 아니기에 가벼운 조깅과 걷기를 반복하여 실시해야 한다.
처음에는 천천히 걷는 것으로 시작해서 가벼운 조깅을 지나 다시 걷기로 마무리 하는 식으로 레이스 이후 1주일을 보내되 이러한 트레이닝은 하루에 30~60분 정도로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정도로 실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몸이 근질근질 하더라도 본격적인 훈련은 1주일에서 10일 이후부터가 좋다.
레이스 이후 무기력과 허탈감 그리고 도약 몇 개월간 철저히 대회를 준비해온 러너라면 경기 전후에 위와 같은 회복 프로그램만 잘 소화한다면 금방 일상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육체적인 회복이 아닌 심리적인 회복이다. 아무리 훌륭한 선수라도 결승선 통과 후 허탈감이나 무기력감에 직면하는 경우가 많다. 허탈감의 이유는 목적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완주 혹은 목표한 기록을 세우기 위해 수개월간 자신과의 싸움과 같은 트레이닝을 소화했지만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목적은 사라지고 완주의 기쁨은 사라지고 허탈감이 마음의 중심에 자리잡게 된다.
허탈감과 우울증을 떨치기 위해 레이스 이후 하루가 됐든 이틀이 됐든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마음을 새롭게 하는 것이 이러한 무기력 증을 치료하는 데 중요하다.
목표가 너무 뚜렷했기에 허탈감과 우울증을 떨쳐버리기 힘들고 더 이상 계속해서 달리고 싶은 충동이 사라졌다면 자신이 속한 동호회 회원들과 연합훈련을 권장하고 싶다. 동호회 등의 단체에서의 훈련은 동료들과 유대감을 느끼고 계속 재미있게 달릴 수 있는 동기를 부여받게 될 것이다. 지난 대회에서의 무용담을 서로 나누고 서로 격려 해주면서 그들로부터 새로운 동기를 부여받게 되는 것이다.
나락에 떨어져 있던 몸 상태가 정상화되고 허탈감과 무기력증을 떨쳐 버렸다면 이제는 내년을 위해 또 다른 훈련 계획을 세워보자. 내년에는 어떤 대회에 참여할지 정해 보고, 겨울에 대비한 새로운 용품 구입으로 분위기도 전환하자. 내년에는 좀더 나은 기록과 새로운 달리기 유형에 도전해 보기 위해 마라톤 잡지나 책을 뒤져가며 새로운 훈련법을 짜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출처:러닝라이프/ 2003/10/28/글:김재민 기자/사진:김성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