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가 생활의 한 부분이 되어 대회에도 참가하면서 달리는 거리를 10km에서 하프 마라톤, 마라톤으로 늘려갈 때 느닷없이 만나게 되는 복병이 바로 ‘부상’이다.
남성 주자의 75%, 여성 주자의 80%가 달리기를 중단해야할 정도의 부상을 경험한다고 한다. 부상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는 훈련과오를 들 수 있다. 훈련과오는 너무 많이, 너무 빨리, 너무 자주 달리는 것이며 과훈련이라고도 한다. 과훈련으로 인한 과사용 손상은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라 최대치에 조금 못미치는 부하가 반복되면서 조직이 손상되는 것이다. 반복적인 훈련으로 인대와 뼈에 피로가 오면서 과사용 손상이 시작된다. 이 시기에 적절한 휴식을 해주면 신체 조직이 부하에 적응을 하면서 강화되고 손상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제대로 회복이 안된 채 훈련을 반복하면 미세 손상이 생기면서 염증반응이 진행된다. 누적된 미세 손상이 결국 부상을 초래하는 것이다. 주자들은 부상의 단계가 되어야 비로소 통증, 부종과 같은 증상을 느끼게 된다. 훈련과오 외에 발에 맞지 않거나 낡은 러닝화 착용, 노면이 울퉁불퉁하거나 콘크리트 또는 시멘트로 포장된 부적절한 주로를 달리는 것도 부상의 요인이 된다. 또 하나의 중요한 요인으로 신체 구조의 문제를 들 수 있다. 발 형태와 움직임의 이상, 근육의 유연성 문제, 양다리 길이의 차이 등이 그것인데 여성 주자가 남성에 비해 취약한 부분이 바로 이 신체 구조이다.
여성의 골격은 임신과 출산에 적합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사춘기를 거치면서 여성의 골반은 옆으로 넓게 벌어지게 된다. 골반이 넓기 때문에 골반과 무릎을 잇는 각이 크고 무릎보다 발 사이가 멀리 떨어지는 안짱다리가 되기 쉽다. 또한 정강이뼈가 안쪽으로 휘는 경향을 보이게 되며 착지할 때 발이 편평하게 눌리면서 과회내(발이 안쪽으로 너무 많이 회전하는 현상)가 발생한다. 과회내가 되면 다리 근육이 과도하게 긴장되어 부상이 올 수 있으며 무릎에 문제를 많이 가지게 된다. 이러한 신체 구조 때문에 여성 주자에게 무릎 부상과 정강이 통증이 흔하다. 게다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임신 중 호르몬 분비 때문에 여성의 근육과 인대는 남성보다 느슨하고 불안정하다. 뼈 또한 남성보다 약하므로 달리기 충격을 잘 흡수하지 못하여 피로골절이 더 많이 발생한다. 그러면 이와 같이 불리한 조건을 극복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타고난 신체 구조 자체는 바꿀 수 없지만 몇 가지 훈련 원칙을 지킴으로써 부상의 위험성을 낮출 수 있다. 우선 과회내가 심하거나 양 다리 길이가 다른 경우라면 적합한 러닝화를 선택하고 보조 장구를 착용하여 개선할 수 있다. 훈련원칙들을 살펴보자면 달리는 거리를 갑자기 늘리지 않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주간 달리기 거리를 10% 이상 늘려서는 안되며 서서히 거리를 늘림으로써 몸이 충분히 적응한 시간을 주어야한다. 또한 스피드 훈련, 장거리 훈련, 언덕 훈련처럼 강도 높은 훈련방법을 새로이 시도할 때는 한번에 한가지씩만 추가해야한다. 달리기 훈련에 적응이 잘 된 주자도 고강도 훈련을 일주일에 세 번 이상 해서는 안 된다. 하루를 힘들게 훈련했다면 다음 날은 편안한 달리기를 하는 식으로 강도가 다른 훈련을 번갈아 하는 것이 회복에 도움이 된다. 또한 일주일에 최소한 하루는 반드시 쉬어야한다. 매일 쉬지 않고 달리는 것보다 중간 휴식일을 넣어주는 것이 부상없이 몸을 강하게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 쉬면서 강해진다는 게 앞뒤가 맞지 않는 말처럼 들릴 수 있지만 정말 그렇다. 적절한 휴식을 통해 몸은 더 강해진다. 주로 선택도 중요한 부분인데 표면이 고르고 다리에 충격을 덜 주는 길을 택해야하며 권장되는 주로는 평탄한 흙길과 아스팔트, 우레탄 트랙이다. 약한 근육을 강화시키기 위한 웨이트 트레이닝, 유연성 증가를 위한 스트레칭과 함께 수영, 자전거 타기, 걷기 등의 대체훈련을 꾸준히 하는 것도 부상 예방을 위한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부상없는 달리기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몸 상태에 민감하게 주의를 기울이라는 것이다. 통증의 유무, 통증이 있다면 어느 부위에 어떤 양상으로 얼마나 오래 지속이 되었는지 관심을 가져야 하고, 몸 상태와 느낌에 대해 그날그날 기록을 해두는 것이 좋다. 피로하고 짜증이 나거나 달리기 속도가 느려지거나 달리기가 싫어질 때는 혹시 과훈련이 아닌지 돌이켜보고 휴식을 취하면서 몸의 변화를 관찰해야 한다.
즐기기 위한 달리기를 하면서 남성과 비교를 하거나(여성주자끼리도 마찬가지), 신체 조건이 유리하다 불리하다 따질 이유가 실은 없다. 하지만 건강하게 오래도록 달리기 위해 자신의 취약점을 찾아 개선하려는 노력은 충분히 의의가 있다. 부상없는 달리기는 모든 주자들의 희망이다. 희망은 그냥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자신의 몸을 잘 알고 아끼면서 강하게 만들어가는 과정을 통해 성취되는 것이다.
출처 : 달리는 의사들 이소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