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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주 인터뷰

페이지 정보

작성자 이종국 작성일17-01-28 00:47 조회1,777회 댓글0건

본문2

                                                  이봉주 인터뷰(많이 길어요~)

 

                 2008.03.25. 16:55

 

 

 

이봉주의 주법은 아무나 흉내낼 수 없다.(사진 김수홍)

마라토너들은 마라톤을 인생에 비유한다. 체력의 한계를 넘나들며 2시간 넘게 달리는 42.195km의 마라톤 코스에는 수많은 장애물이 있다. 마라톤은 실패의 발자국을 지우고 성공의 발자국을 덧씌우는 스포츠다. 인생도 그래야 한다는 것을 웅변한다. ‘왜 나는 달려야 하는가’라는 질문의 답은 중요하지 않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그리고 결승선까지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38,삼성전자)는 그렇게 지구 둘레 4바퀴 반을 달렸다. 그리고 1996년 애틀랜타대회 이후 네 번째로 올림픽 레이스에 도전한다.


사우나에서 본 적이 있다. 수건으로 머리를 감싸고 장시간 땀을 빼던데.

연습이 끝나면 근육을 풀기 위해 자주 사우나를 찾는다. 냉탕과 온탕을 왔다 갔다 하는데 몸에 무리가 가지 않을 정도로 한다.

‘국민 마라토너’라는 호칭이 붙는다. ‘봉달이’와 비교해 어떤가.

‘국민 마라토너’가 기분이 좋다(웃음). 그만큼 국민들이 나를 인정한다는 의미니까. 그러나 부담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봉달이’는 1993년 서울시청에 있을 때 오재도 감독님이 나를 재미있게 부르시는 별명이었는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훈련장소로 공주를 고른 이유는.

마라톤 훈련장소는 차가 많이 다니지 않아야 하고 숙소와 멀지 않아야 하는 등 여러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가끔 이곳으로 오곤 했다. 도로 훈련을 해야 하는데 서울에서 가까운 곳을 찾다 보니 공주를 택하게 됐다.

지난해 베이징올림픽 마라톤 코스를 답사했는데.

코스는 대체로 무난했다. 언덕이 많지 않아 자신감이 들었다. 그러나 공기가 너무 좋지 않아 걱정이다. 황사가 심한 데다 자동차 홀짝제를 하는 데도 호흡이 불편했다. 마라톤 선수에게는 최악이다.

마라톤은 전략이 중요하다. 이봉주가 생각하는 거리별 전략과 마라톤에 대해 듣고 싶다. 이제부터 5개 구간으로 나눠 이야기를 해보자. 먼저 출발선부터 10km까지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출발선-10km : 목표

이봉주의 전략 “마라톤의 신경전은 출발을 대기할 때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출발 전부터 경쟁자들을 관찰한다. 상대의 몸 푸는 동작을 보거나 얼굴을 쳐다보면서 눈싸움을 한다. 나는 어떻게 뛸 것이라는 구상을 이때 한다. 머릿속에 코스를 그려 보는 게 매우 중요하다. 레이스가 시작되면 10km까지는 페이스를 잃지 않으면서 동시에 최대한 힘을 들이지 않고 선두그룹을 따라가야 한다. 여기서 힘을 빼면 안된다.”

3월 4일 이봉주는 충남 공주에서 훈련하고 있었다. 오전에 실전 연습을 하고 오후에는 개인훈련을 했다. 서울국제마라톤대회가 열리는 3월 16일까지 남은 시간은 12일. 선수에게는 신체와 정신 모두 민감한 시기다.

삼성전자 오인환 감독은 이봉주에게 민감한 질문은 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아무 생각 없이 달리기만 하면 될 것 같지만 마라톤은 겉보기와는 달리 매우 예민한 운동이다. 오감독은 “마라톤은 출발선부터 결승선까지 머리에서 발끝까지 어디 한군데라도 조금만 이상이 있으면 레이스에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1982년 대한육상경기연맹 마라톤강화위원회 부위원장이었던 최충식은 당시 논문을 통해 마라톤을 ‘인간에 관한 종합학문’으로 부르기도 했다. 그래서 마라톤이 다루는 영역은 운동생리학과 영양학부터 물리학과 심리학에까지 이른다.

내년이면 이봉주는 한국나이로 40살이다. 지난해까지 이봉주는 37차례 풀코스를 달렸다. 마라톤선수들의 평균 풀코스 횟수가 10회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3배 넘게 달린 것이다. 그러나 이봉주는 불혹을 앞둔 레이스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이봉주 특유의 넉넉한 웃음 속에는 지난 18년의 시간이 담겨 있다.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레이스를 펼치는 이봉주를 인도에서 따라붙다 포기한 소년들이 이제는 청년이 됐지만 아직도 그의 스피드를 따를 수 없다.

이봉주는 레이스 내내 100m를 17초대에 뛴다. 마지막 2km를 남겨놓고도 내야 할 스피드다. 초반부터 정확한 목표를 잡아놓고 뛰어야 가능한 일이다.

미국 아이오와대학 운동생리학과 포레스트 돌제너 교수는 자신의 저서 <삶에 최고의 절정 경험, 마라톤>에서 마라톤 선수들은 두 개의 가상 비디오테이프를 머릿속에 제작하라고 했다.

하나는 달리면서 느끼는 최상의 경험, 또 하나는 완주 이후의 장면이다. 이봉주는 어렸을 때 달리기를 통해 최상의 경험을 하지 못했다. 눈길을 끈 운동도 마라톤이 아닌 축구나 야구였다.

그러나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팬티 한 장이면 충분한 마라톤을 골랐다. 단거리도 해봤지만 충남 홍성 광천고 시절 100m를 뛰어보고 “이건 아니다” 싶었다. 반면 지구력을 요하는 장거리는 달랐다.

장거리를 뛰어 본 첫 느낌을 기억하나.

고교 1학년 때였는데 확실히 단거리와는 다른 느낌이 왔다. 장거리는 숨이 차지 않았다. 조금만 하면 될 것 같았다. 오래달리기가 체질적으로 맞았나 보다.

그럼 그 무렵 장거리를 뛰면 꼴찌는 하지 않았을 것 같다.

(SPORTS2.0)

고등학교 때 마라톤 훈련을 하다 다쳤는데 회복 과정에서 3,000m 장애물경기에 출전한 적이 있다. 장애물보다는 3,000m라는 거리만 생각하다 큰 코를 다쳤다. 달리면서 장애물을 넘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래도 처음에는 1등으로 달려나갔는데 나중에 뒤를 보니 아무도 없었다(웃음).

만약 마라톤을 하지 않고 축구를 했다면.

박지성 같은 유명한 선수가 됐을 수도(웃음).

첫 번째 마라톤 풀코스는 1990년 전국체육대회, 첫 번째 국제대회 우승은 3년 뒤 호놀룰루국제마라톤이다.

5,000m와 10,000m를 뛰다가 처음으로 풀코스에 나섰는데 멋모르고 무작정 뛰었다. 나보다 실력이 좋은 선수들도 많았는데 운 좋게 2위(2시간19분15초)를 하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호놀룰루국제마라톤 우승(2시간13분16초)은 내 선수생활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성실한 훈련 자세가 그대로 성적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마라톤은 모든 스포츠 가운데 가장 ‘솔직한 운동’이라고도 하는데 이 말에 동의하나.

마라톤은 노력 없이는 안 된다. 흘린 땀만큼 결과가 나온다.

10km-20km : 준비

이봉주의 전략 “앞 구간의 흐름이 그대로 이어지는 구간이라 전체 코스 가운데 가장 경쟁이 덜 하다. 초반 페이스에 맞춰 계속 간다. 그렇다고 처지면 안 된다. 선두권을 유지해야 한다. 머리싸움도 계속하고 자세가 흐트러지지는 않았는지도 챙겨 봐야 한다.”

모든 종목이 그렇지만 특히 마라톤은 경기 당일 컨디션의 최정점을 정확하게 맞춰야 한다. 마라톤인들은 마라톤에는 속임수가 통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다른 사람의 다리를 빌릴 수 없다. 지도자가 기록 향상에 도움을 줄 수는 있다. 그러나 레이스를 펼치는 건 선수 자신이다. 그래서 마라토너는 우선적으로 마라톤을 뛸 수 있는 몸을 만들어야 한다. 마라톤 레이스의 성패는 어떻게 하면 체내의 연료를 고갈되지 않게 효율적으로 쓰느냐에 달려 있다.

다리를 움직이려면 근육이 반복적으로 수축운동을 해야 한다. 수축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아데노신 3인산(ATP: Adenosine Triphosphate)이라는 화학에너지가 꾸준히 공급돼야 한다.

그러나 체내에 저장된 ATP로 운동할 수 있는 시간은 단 몇 초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근육 수축운동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ATP가 만들어져야 한다.

ATP 생성에는 탄수화물과 지방, 단백질이 필요한데 이 가운데 탄수화물은 ATP의 주요 연료다. 마라토너가 레이스 후반부에 쓰기 위해 몸에 저장하는 탄수화물의 형태인 글리코겐은 이후 포도당으로 전환되면서 ATP를 만든다.

문제는 운동에 사용되는 당분이 노폐물인 젖산을 남긴다는 것이다. 근육을 가득 채운 젖산은 근육의 움직임을 느리게 한다. 탄수화물 저장소에 최대로 저장할 수 있는 글리코겐의 양은 1,500~2,000Kcal이다.

이 정도 열량으로는 성인 남자를 기준으로 19~24km밖에 달릴 수 없다. 마라톤은 그래서 식이요법과 페이스 전략이 중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한국마라톤의 대부’ 정봉수(2001년 작고) 감독이 1990년대 초중반 김완기, 황영조, 이봉주 등에게 특별히 신경 썼던 것도 식이요법이다. 당시 그는 마라토너들의 뒷심을 키우기 위해 소식을 하고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먹게 하는 등 균형 잡힌 식단으로 선수들의 몸을 관리했다.

효과적인 영양분 섭취가 이뤄져야 레이스 도중 몸을 빨리 회복할 수 있다. 오감독은 “젖산 농도가 짙어지면 페이스가 떨어지게 되는데 이를 빨리 회복하는 능력을 갖춘 선수가 좋은 선수다. 이봉주가 그렇다”고 말했다.

1960년 로마올림픽과 1964년 도쿄올림픽에서 2연속 우승한 ‘맨발의 마라토너’ 비킬라 아베베(에티오피아)는 일찍이 “마라톤의 적은 내 몸 안에 있다. 그 적은 자기 회복이라는 적이다”라는 말을 했다.

식이요법은 어떤가. 오감독은 나이를 고려해 식단에 변화를 줬다고 했다.

식이요법을 할 때 가장 큰 고통이 따른다. 힘든 훈련을 하면서 정해진 식단을 따르는 게 쉽지 않다. (식이요법을) 평소에는 안 하다가 레이스 일주일 전부터 집중적으로 한다.

식단은 어떤가. 사흘은 고기만 먹고 나흘은 자장면만 먹는다는 게 사실인가.

그렇지는 않다. 같은 음식을 오래 먹지 않는다.

1994년 코오롱에 입단하면서 마라토너로서 입지를 다졌다. 5년 동안 몸담았던 코오롱에 대한 기억은. 그리고 당시 정봉수 감독은 어떤 내용을 가르쳤나.

(황)영조(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를 비롯해 뛰어난 선수가 많아 코오롱의 전성기였다. 동료들과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실력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정봉수 감독님은 카리스마가 대단했고 엄하셨다. 가까이하기에 힘든 분이셨다. 감독님 때문에 한국마라톤이 이만큼 발전했다고 본다. 어떤 선수든 감독님을 만나면 실력이 늘었다. 감독님이 가장 강조했던 내용은 철저한 몸 관리와 강한 인내심이었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황영조가 금메달을 땄다.

삼성전자 마라톤팀 오인환 감독은 이봉주와는 바늘과 실의 관계다.(사진 김수홍)
1992년에는 몸 상태가 아주 좋았다. 하프마라톤 한국최고기록(1시간1분4초)도 세웠는데 의욕이 넘쳐 바르셀로나올림픽 선발전에서 중도 포기했다. (황)영조가 금메달을 따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많이 부럽기도 했고. 사실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속이 좀 많이 쓰렸다(웃음).

동갑내기인 이봉주와 황영조를 많이 비교한다. 전성기 실력으로 맞대결을 펼친다면.

영조는 선수 활동 기간이 짧아 아쉬움을 남겼지만 훌륭한 선수다. 영조와 내가 라이벌 구도를 이루며 마라톤의 저변이 확대된 것도 사실이다. 전성기 맞대결이라면 해볼 만하다. 내 실력은 그 시절보다 더 늘었다(웃음).

황영조의 은퇴와 이봉주가 전면으로 나서는 1996년은 한국마라톤 역사에 의미 있는 해다. 같은 해 동아국제마라톤에서 2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1996년은 황금기였다. 그때부터 많은 사람에게 주목을 받았다. 올림픽 은메달은 나도 생각하지 못했던 결과다. 레이스 내내 느낌이 좋았다. 동아국제마라톤부터 상승세가 연결된 것 같다. 12월에는 후쿠오카마라톤에서 우승하면서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20km-30km : 도약

이봉주의 전략 “계속 선두그룹에 붙어야 한다. 어떤 일이 있어도 선두그룹에서 밀리면 안된다. 레이스 후반에 뒤떨어지지 않을 힘을 비축해야 한다. 그때까지 버틸 수 있는 체력을 훈련을 통해 얼마나 쌓았느냐가 중요하다.”

올림픽 은메달은 값진 것이었지만 이봉주는 이후 ‘2등 전문가’라는 꼬리표를 달게 됐다. 사실 이봉주에게 2등 전문가라는 말은 억울하다. 2등은 6차례 했지만 1등은 10차례나 했다. 그러나 팬들은 이봉주가 2위를 한 두 장면을 기억한다.

1996년 동아국제마라톤에서 이봉주는 마틴 피스(스페인)보다 1초 늦은 2위(2시간8분26초)로 들어왔다. 거리로는 5~6m 차다. 그 해 열린 애틀랜타올림픽에서는 조슈아 투과니(남아프리카공화국)에 3초 차로 뒤지며 또 2위(2시간12분39초)가 됐다.

이봉주는 그때 상황에 대해 “따라잡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실력이 비슷한 선수끼리는 거리 차를 좁히기가 매우 힘들다”고 말했다. 마라톤에서 앞에 가는 선수의 등이 눈앞에 빤히 보이는 데도 역전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오감독은 “뒤로 처진 선수는 딱 떨어진 만큼의 이유가 있다. 한 발의 차이는 전략과 레이스 운영의 미세한 차이”라고 설명한다. 페이스가 떨어졌던 선수가 몸이 회복돼 역전하는 경우가 간혹 있지만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다.

이봉주는 “후반에 나올지 모르는 한 발의 차이를 막기 위해 레이스 내내 방심하지 않는다”고 했다.

20km대 후반에 이르면 폭풍 전야다. 이때쯤이면 물먹는 동작에도 주의해야 한다. 한치의 실수도 없이 최대한 경제적인 레이스를 펼쳐야 한다. 페이스메이커의 움직임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마라톤은 대회 성격에 따라 기록 싸움도 하고 순위 경쟁도 한다. 올림픽이나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같은 국가대항전 성격의 레이스는 페이스메이커 없이 순위를 다툰다.

뉴욕마라톤, 런던마라톤 등 그밖에 각종 대회는 좋은 기록을 내기 위해 대회조직위원회에서 페이스메이커를 운영한다. 대회조직위원회에서는 경기 전날 ‘몇 분대의 페이스’로 레이스가 전개될 것이라고 출전선수들에게 공지한다.

이봉주는 “페이스메이커가 원래 계획대로 뛰지 않아 레이스가 헝클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믿을 것은 결국 자신의 두 발뿐이다. 이봉주는 왼발(253.9㎜)과 오른발(249.5㎜)의 길이가 다른 짝발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오감독은 짝발은 화젯거리에 불과하다고 했다.

“사람은 누구나 짝발이다. 이봉주에게 짝발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똑바로 펴지지 않고 바깥쪽으로 약간 벌어지는 족적이 아쉽다. 이 문제점을 바로잡으려면 안 쓰던 근육을 단련해야 하는데 현재는 그럴 상황이 아니고 경기력에 지장을 줄 정도도 아니다.”

이봉주는 롱 스트라이드 주법을 쓴다. 경제적인 주법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봉주의 주법은 42.195km를 하나의 장거리 레이스로 보고 뛰는 방식이다. 과거의 쇼트 피치 주법과 달리 스피드와 힘을 최대한 살리는 주법이다.

오감독은 이봉주의 발목 움직임에 주목했다. “이봉주의 주법은 발목을 탕탕 튕기며 나아간다. 168cm의 비교적 작은 키로 넓은 보폭을 2시간 넘게 유지할 수 있는 것은 타고난 체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다른 선수들은 쉽게 따라 하기 힘든 어려운 주법이다.”

짝발은 레이스에 얼마나 영향을 주나.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 것 같다. 나는 보통 사람보다 양쪽 발의 길이가 약간 더 차이를 보이는데 요즘은 신발 등 장비가 좋아 문제 없다. 신발 무게는 70~80g이다.

레이스 도중 물을 마시거나 머리에 물을 뿌릴 때도 있는데.

물은 보통 5km마다 있으니까 완주할 때까지 7,8회 마신다. 내가 마시는 음료는 레몬즙이다. 입 안에 물기가 오래 돌게 하기 위해 시큼한 맛을 냈다. 물은 갈증을 살짝 없앨 만큼만 마셔야 한다. 더울 때 머리에 물을 뿌리는데 체온이 떨어지면서 기분 전환이 된다.

실수로 급수대를 지나칠 때는 어떤가.

속도감을 유지하기 위해 되돌아가서는 안 된다. 그럴 때는 옆 선수에게 물을 좀 달라고 하기도 하고(웃음).

이봉주는 많은 이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겼다. 흑백 사진의 미소처럼.(사진 김수홍)
1998년 로테르담 마라톤대회에서 처음으로 8분대 벽(2시간7분44초)을 깼다.

몸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출전했다. 정봉수 감독님도 왜 출전하느냐고 했는데 내가 우겨서 대회에 참가해 기록을 냈다. 옆에서 보는 감독님의 시선이 별로 좋지 않았던 거 같은데 그때는 충분히 8분 벽을 넘을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다.

1999년 코오롱에서 팀 이탈 사건이 있었다. 당시 소속팀이 없는 가운데 마라톤을 다시 하기 위해 1천만 원의 사비를 오인환 감독에게 줬다. 오감독은 “지금도 그 일을 생각하면 가슴을 파고드는 감동을 느낀다”고 말한다.

선수생활의 위기였다. 선수들이 다 같이 팀에서 나온 상태라 어떻게 해서든 자리를 잡고 마라톤을 일으켜야 한다는 마음이 컸다. 그 돈은 합숙비와 훈련비로 썼다. 내가 여기까지 온 계기가 된 일이었다.

2000년 도쿄마라톤에서 2시간7분20초의 한국최고기록을 세웠다. 많은 사람들이 이 경기를 인상적으로 기억한다.

무소속으로 참가했다. 가장 어려운 시기에 가장 좋은 몸을 만들고 대회에 나갔다. 30km 이후에는 오르막이라 쉽지 않은 코스였는데 좋은 기록이 나왔다. 최고기록을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뭔가 해야 된다는 마음이 강했다. 그 대회를 계기로 삼성전자 마라톤 팀이 창단하게 됐다.

30km-40km : 승부처

이봉주의 전략 “준비했던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30~35km에서 마라톤의 승부가 갈린다. 체력적으로도 이 구간이 가장 힘들다. 앞으로 치고 나가야 하는 시점을 판단해야 한다. 35~40km 구간에서 뒤처지면 역전하기가 어렵다.”

세계적인 선수들은 30km 지점까지는 선두그룹을 이룬다.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다. 그러나 마라톤에서 깜짝쇼를 기대하면 안 된다. 마라톤의 순위는 각 구간에서 어떻게 레이스를 운용했느냐에 따른 결과물이다.

오감독은 “이봉주가 지구력은 좋지만 짧게 탁 하고 치고 나가는 추진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승부를 거는 시점을 잡는 작업은 치열한 머리싸움을 동반한다. 그 판단은 이번에도 마라토너 자신이다.

감독은 주요 지점에서 선수를 기다렸다가 몇 마디 지시를 하지만 전체 레이스를 두고 볼 때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또 감독이 지시한 전략대로 레이스가 펼쳐지지 않을 수도 있다.

선두와 거리가 벌어졌다고 갑자기 스피드를 내서는 안 된다. 서서히 몸을 끌어올리면서 조금씩 거리 차를 좁혀야지 욕심을 내서 쫓아가다가는 오버페이스를 해 마라톤인들의 표현대로 한 방에 나가떨어질 수 있다.

레이스 후반부에는 감정 조절도 해야 한다. 승부처에서 흥분은 곧 자멸이다. 오감독은 마라토너가 막연하게 어머니나 고향 생각을 하며 달리는 것은 치명적이라고 했다.

35km 지점부터는 옆 선수의 숨소리는 어떻게 변했는지, 표정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살펴야 하고, 물은 언제 어떻게 잡을 것인지까지 머릿속에 철저하게 계산하고 달려야 한다.

아프리카의 마라톤 강국인 케냐 선수들은 이봉주를 둘러싸고 집단적으로 견제하기도 한다. 6,7명이 번갈아 앞뒤로 이동하며 이봉주를 괴롭힌다. 여기에 휘말려서 따라가다 보면 레이스를 한순간에 망칠 수도 있다.

그나마 케냐는 신사적인 편이다. 유럽의 마라톤 강국인 스페인이나 포르투갈 선수들은 레이스 도중 장난을 치거나 교묘하게 진로를 방해하기도 한다. 심지어 침을 뱉는 경우도 있다. 이봉주는 이런 돌발적인 상황에 대한 대비도 한다.

이봉주는 스스로 내성적이고 여린 성격이라고 말하지만 경쟁심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오감독은 “이봉주의 승부근성은 정말 강하다. 후배들과 연습할 때도 한 발짝이라도 뒤처지는 것을 싫어한다. 휴식시간에 공을 찰 때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서윤복(1947년)과 함기용(1951년)에 이어 51년 만인 2001년 보스턴마라톤에서 우승한 데에도 결코 물러서지 않는 경쟁심이 한몫했다. 보스턴마라톤 코스에는 32km 지점부터 540m 거리의 ‘심장 파열 언덕(Heartbreak Hill)’이 있다.

20세기 최고의 마라토너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빌 로저스(미국)가 <마라톤, 영광을 향해 달리는 일기>에서 마라톤 코스 가운데 가장 어렵다고 꼽은 곳이다. 이봉주는 이 언덕에서 심장이 터질 듯한 고통을 참아내며 경쟁자 3명을 따돌리고 가장 먼저 결승 테이프를 끊었다.

케냐의 보스턴마라톤 11연속 우승은 물거품이 됐다. 이봉주는 그때 노래를 흥얼거렸다. “나에겐 가고 싶은 길이 있어. 너무 힘들고 외로워도 그건 연습일 뿐이야. 넘어지진 않을 거야. 나는 문제없어.”

그때 이후 이봉주의 애창곡이 된 황규영의 ‘나는 문제없어’의 가사는 마라토너의 길과 많이 닮아 있다.

경쟁심이 도대체 어느 정도이길래.

내 외모와는 완전히 다르다. 지기 싫어하는 마음이 다른 사람들보다 유달리 더 강한 것 같다.

선글라스와 턱수염은 어느새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35km 지점부터는 내 얼굴은 숨기고 상대의 표정은 살펴야 한다. 달리다 보면 미묘한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상대의 얼굴이 일그러지면 자신감이 든다. 턱수염은(웃음). 나만의 뭔가를 만들기 위해 애틀랜타올림픽 2,3개월 전부터 기르기 시작했다. 대회가 끝나면 자른다. 지금은 2개월 넘게 기른 것이다.

오감독의 말에 따르면 이봉주 선수가 외모에 상당히 신경을 쓴다고 하던데.

이봉주는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노린다. 이봉주의 발등 위로 꿈틀거리는 혈관은 오늘도 레이스를 기다린다.(사진 김수홍)

아(당황해하며), 그것은 그냥(웃음).

마라톤은 얼마나 힘든 운동인가.

(긴 한숨을 쉬더니) 한때는 ‘내가 이걸 왜 뛰고 있나’라는 생각이 든 적도 있다. 예전에 내가 알던 어느 선수는 마라톤 훈련이 힘들어 발을 자해하기도 했다. 그런걸 보면 마라톤이 쉬운 운동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마라톤은 누가 시켜서 하기보다는 스스로 좋아서 하는 운동이 돼야 한다. 고통이 따라서는 안 된다. 그래서 나도 마라톤을 즐기려고 한다.

2001년 보스턴마라톤 우승 당시 심장 파열 언덕을 어떻게 넘어섰나.

아버님 상을 치르고 대회에 출전했다. 여러 가지 여건이 좋지 않았는데 아버님께서 하늘에서 도와주신 것 같다. 심장 파열 언덕에서는 나도 힘들었다. 여러 선수가 그 지점에서 떨어져 나갔다. 언덕 훈련을 집중적으로 한 것이 효과를 봤다.

승부처에서는 용기가 필요하지 않나.

마라토너는 과감해야 한다. 힘든 상황을 이겨내고 한 차례 더 힘을 내 뛰는 용기와 결단력이 있어야 한다.

40km-결승선 : 환희

이봉주의 전략 “뒤돌아볼 이유가 없다. 순위 경쟁이 치열할 경우 마지막 100m 정도에서는 단거리를 달리듯 뛰기도 한다. 결승선을 향해 무조건 달린다. 젖 먹던 힘까지 다해.”

마라토너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랜 연습 과정을 거쳐 마라톤에 필요한 인체 기능이 만들어져야 하며 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지난해 잘 뛰었다고 올해도 잘 뛸 거라는 얘기는 마라톤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특정 대회에서 우승했다고 해도 다음 대회를 준비하는 데 조금이라도 소홀하면 좋은 기록이 안 나온다.

마라톤 지도자들이 선수들에게 늘 신인의 자세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이런 노력이 없으면 마라토너로 장수하기 힘들다. 오감독은 이봉주가 오랜 기간 마라토너로 활약할 수 있는 원동력을 성실한 자세에서 찾는다.

“나와 함께한 지 15년째인데 이봉주의 자세는 한결같다. 훈련을 지시하면 한 차례도 어긴 적이 없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무리 어려운 여건에서도 이봉주는 뛴다.” 이제 이봉주는 베이징올림픽 마라톤 결승선을 바라보고 있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은메달 이후 2000년 시드니올림픽(24위), 2004년 아테네올림픽(14위)에서 연거푸 부진했다. 38살에 맞는 네 번째 올림픽은 만만치 않다. 그러나 메달권에 들어갈 충분한 능력이 있고 체력적으로도 여전히 큰 문제가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감독은 “회복 능력이 메달권 진입의 열쇠다. 훈련 계획을 철저하게 짜 대비하겠다. 현재 훈련 상황을 보면 힘이 모자란다는 느낌은 없다”고 말했다.

사진 촬영을 위해 유니폼을 입고 나온 이봉주의 탄력 있는 몸을 보니 올림픽 메달에 대한 기대를 걸 만했다. 세계 마라톤 관계자들은 이봉주를 보면 지금도 엄지를 치켜세우며 이렇게 말한다. “이봉주, 베리 베리 스트롱!(Very Very Strong)”

마라톤의 결승선에는 승리의 환희가 기다린다. 마라톤의 기원이 그랬다. 아테네의 전령 피디피데스는 마라톤 평원을 달려온 뒤 “우리가 승리했다”고 목청껏 소리 질렀다.

결승선을 통과할 때 느낌은 어떤가.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다. 1등으로 들어오면 몸 회복도 빠르다.

내년에 한국나이로 40살인데.

젊은 선수들에 비해 회복력은 떨어지지만 체력은 아직까지 문제가 없다. 마라톤은 나이가 들어도 할 수 있다. 자기 관리를 하는 데 드는 시간을 더욱 늘려야 할 것이다.

올림픽 금메달이 없는데.

베이징대회를 마지막 올림픽 무대로 생각하고 있다. 마라톤 인생의 모든 경험을 살려 준비하겠다. 아직은 올림픽대표로 결정된 게 아니어서 일단 선발되는 데 주안점을 두겠다.

‘포스트 이봉주’가 없다는 말이 많다.

많이 안타깝다. 후배들을 보면 나보다 실력은 좋은데 정신력이 부족하다. 선수층이 얇은 것도 문제고. 15만km 이상 달려왔다. 지구둘레의 4바퀴 반이 넘는다. 지금까지 운동하는 것 자체가 실감이 안 난다(웃음). 아직까지 내가 달리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봉주는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

세월이 흘러 어린 마라토너에게 “너는 누구처럼 되고 싶니”라는 질문을 했을 때 “이봉주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는 말을 듣는 선수가 되고 싶다.

SPORTS2.0 제 95호(발행일 3월 17일)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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